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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명품씨앗 가려내 명품묘목으로 키운다 X선으로… DNA검사로…
  • 등록일2009-04-04
  • 작성자 / 문**
  • 조회1429

■ 충주 산림품종관리센터 가보니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의 작은 숲에는 한국의 명품 묘목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가 숨어 있다. 우량한 형질의 나무만 선별해 키우는 채종원(採種園)과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다. 채종원은 전국 명품 나무의 묘목을 모아 키우는 일종의 작은 숲. 이곳 묘목에서 채취한 씨앗은 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품질 검증을 받는다. 검증에 합격한 씨앗만 ‘친정’인 센터를 떠나 각 지역으로 보급돼 명품 묘목으로 자라나게 되는 것.

식목일(4월 5일)을 1주일가량 앞둔 지난달 30일 채종원의 씨앗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산림품종관리센터의 연구동을 찾았다. 연구동에 들어서니 병원에 온 듯한 착각에 빠졌다. 각종 검사 장비가 가득한 연구동에서 한 연구원은 조명판 위에 놓인 X선 사진 여러 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X선 사진에 찍힌 건 사람이 아니었다. 동글동글한 나무 씨앗의 내부였다. 겉으론 비슷해 보여도 X선을 이용해 본 검정 씨앗은 ‘속빈 씨앗’으로, 흰색 씨앗은 ‘알찬 씨앗’으로 정체를 훤히 드러냈다.

조경진 산림품종관리센터 연구관은 “속빈 불량 씨앗의 비율이 허용치를 넘어서면 불합격 처리한다”며 “합격된 씨앗만 묘목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산림품종관리센터는 이 연구동을 열며 형질이 우수한 ‘명품 나무’로 클 ‘명품 씨앗’의 품질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손과 삽이 아닌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 등 ‘과학’으로 나무를 심어 국가적 자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연구동의 ‘유전자(DNA) 지문 분석실’에서는 나무 씨앗의 원산지를 추적하고 있었다. 씨앗의 원산지를 확인해 그 원산지에 맞는 환경, 기후에서 나무를 잘 키우기 위해서다. 김태수 산림품종관리센터 원장은 “DNA를 분석해 나무 씨앗의 원산지를 가려내는 기술은 독일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들여 키운 명품 나무는 다양한 용도로 빛을 발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백합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 커튼’ 역할을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자 외국에서 씨앗을 수입해 국내 토양에 토착화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우량한 수종을 중점적으로 육성해 문화재 복원용 자재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토의 64%가 산림으로 이뤄진 한국에서 나무의 체계적 관리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목재 수요를 국내 생산량으로 충족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약 10%로 추정된다. 석현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실장은 “정부 차원의 수종 관리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가치가 높고 각 산에 적합한 나무를 골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서 컨설팅을 하고 다양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충주=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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